집중이 안 돼서 찾아간 병원에서 들은 말들

집중이 안 돼서 찾아간 병원에서 들은 말들

처음 병원 문을 열 때의 막막함

사실 내가 정신과에 가야겠다고 마음먹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단순히 내가 게으르거나 의지력이 부족해서 그런 줄 알았다. 해야 할 일들은 머릿속에 가득한데, 정작 눈앞의 서류 한 장 처리하는 게 왜 그렇게 고역인지 모르겠더라. 주변에서는 다들 성실하게 잘 사는데 나만 유독 붕 떠 있는 기분이었다. 결국 참다못해 회사 근처와 집 근처를 뒤적거렸다. 강서구 쪽 정신과 몇 곳을 검색해 봤는데, 예약 잡기가 생각보다 힘들었다. 소아정신과를 같이 하는 곳들이 많아서인지 대기 인원이 꽤 많다는 후기가 많았다. 결국 목동소아정신과라고 알려진 곳 중 하나에 겨우 전화를 걸어 예약을 잡았다. 그날 비가 조금 왔던 걸로 기억한다.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의 그 특유의 조용하고 서늘한 분위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접수처 간호사 선생님은 사무적이었지만 불친절하지는 않았다. 그냥 ‘아, 나 지금 진짜 환자구나’ 싶어서 마음이 괜히 더 복잡해졌다.

콘서타를 처방받던 날의 기억

진료실에 들어가서 의사 선생님께 내 증상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딴짓을 많이 하고,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고, 대화 중에 딴생각을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의사 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꽤 덤덤하게 들으셨다. 검사 결과를 보고 성인 ADHD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이상하게도 안도감이 먼저 들었다. 내가 그냥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뇌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처방받은 약은 콘서타였다. 처음 먹기 시작할 때는 긴장이 많이 됐다. 용량이 18mg부터 시작했는데, 처음 한 알을 삼키고 나서는 정말 내 세상이 드라마틱하게 바뀔 줄 알았다. 드라마나 인터넷에서 보면 ADHD 약 먹으면 갑자기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한다고 하던데, 막상 먹어보니 그런 마법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머릿속의 안개가 아주 조금 걷히는 기분? 아니, 오히려 처음에 적응할 때는 가슴이 좀 두근거리고 울렁거려서 그게 더 힘들었다.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불안의 정체

약물치료를 3개월 정도 이어가면서 가장 많이 느낀 건 불안이었다. 약이 효과가 있을 때는 그럭저럭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었는데, 약효가 떨어지는 저녁 시간이 되면 갑자기 감정이 널뛰기를 했다. 이게 약 부작용인지 아니면 내 원래 성격인지 구분이 잘 안 갔다. 최근에는 회사에서 지원하는 EAP 상담도 병행해 봤다. 상담사님은 내 성격이 ISTJ에 가깝다고 하셨는데, 이게 ADHD 증상과 섞이면 꽤 골치 아픈 형태가 된다고 했다. 꼼꼼하게 처리하고 싶은 욕심은 많은데, 정작 집중력은 따라주지 않으니 스스로를 계속 갉아먹게 되는 셈이다. 상담비용도 회사가 지원해주니 다행이지, 개인적으로 다녔으면 매번 5~10만 원씩 나가는 게 꽤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청담정신건강의학과 쪽으로도 유명한 병원이 많다길래 옮겨볼까 고민도 해봤지만, 결국 다니던 곳을 계속 다니기로 했다. 병원을 옮기는 것조차 나에게는 너무 큰 에너지를 요구하는 일이었으니까.

왜 나만 이렇게 힘들까 싶은 순간들

가끔은 약을 먹는 게 맞는 건지 회의감이 들 때도 있다. 랄랄 같은 유명인들이 약을 끊었다고 하는 영상을 보면 나도 한 번 시도해 볼까 싶다가도, 막상 하루라도 안 먹고 일하려고 하면 다시 엉망이 되는 내 모습을 본다. 아스퍼거증후군 증상인가 싶어서 혼자 찾아보기도 하고, 혹시 내가 우울증이 더 심각한 건 아닌지 밤새 검색창을 띄워놓고 보기도 한다. 병원 진료 시간이 보통 5분에서 10분 내외인데, 사실 그 짧은 시간에 내 모든 불안을 털어놓기란 불가능하다. 의사 선생님은 늘 ‘약 꾸준히 드시고 증상 변화를 봅시다’라는 말을 하시는데, 그 말이 가끔은 너무 건조하게 느껴져서 혼자 서운할 때가 있다. 내가 느끼는 이 불편함은 나만의 것인데, 통계나 의학적 데이터로만 설명되는 기분이랄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

결국 ADHD 치료는 내 인생을 통째로 뒤바꾸는 해결책이라기보다는, 그냥 나라는 사람이 좀 더 덜 다치고 살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막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그냥 ‘집중이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살자’라고 생각하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막상 마감 기한이 다가오면 그 다짐은 금세 무너진다. 지난주에는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약을 먹는 걸 깜빡해서 하루 종일 멍하게 앉아 있었다. 그때 느꼈던 자괴감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 약을 먹어야 할지, 언제쯤이면 스스로의 집중력을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병원 갈 시간이 다가오는데, 또 예약 날짜를 놓치지 않으려고 알람을 세 개나 맞춰뒀다. 이 간단한 일을 챙기는 것조차 나에게는 여전히 숙제다.

댓글 2
  • 글 읽어보니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 것 같아요. 마감일에 쫓기면서 ‘오늘은 꼭 해야지’라고 다짐했는데, 결국 아무것도 못 끝내고 멍하게 앉아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 검사 결과에서 뇌의 문제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안도감이 기억에 남네요.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른 내면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