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에 가서 머리가 찌릿찌릿하다고 말하기까지

한의원에 가서 머리가 찌릿찌릿하다고 말하기까지

양재동 골목길을 걷다가 문득 멈춰 섰다

사실 처음부터 한의원을 가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그냥 요즘 들어 머리가 찌릿찌릿하고 어지러운 게 일상이 되어서, 처음에는 단순히 스트레스 때문이려니 했다. 직장 근처 내과에 가봤는데, 혈압도 정상이고 특별히 이상이 없다는 말만 들었다. 어지럼증의 원인이 스트레스일 확률이 높다는 뻔한 대답을 듣고 나오는데, 길가에 있는 작은 한의원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 어디선가 신경쇠약증 같은 건 한방 쪽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났다. 대구 소아청소년 정신과를 다녔던 조카 생각이 나면서, 나도 이제는 이런 곳을 찾는 나이가 되었나 싶어 헛웃음이 났다.

낯선 한방신경정신과의 첫인상

들어가 보니 분위기가 생각보다 고요했다. 보통 생각하는 시끄러운 시장통 같은 분위기가 아니라, 향 냄새인지 약재 냄새인지 모를 은은한 냄새가 났다. 접수처에서 인지기능검사 비슷한 걸 해보겠냐고 물어보길래 엉겁결에 알겠다고 했다. 내가 정신병까지는 아니겠지만, 확실히 예전보다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건 스스로 느끼고 있었으니까. 가격은 대략 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였던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결제하면서도 ‘이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지울 수 없었다.

약을 먹어도 변하지 않는 무언가

처방받은 한약을 먹기 시작한 지 2주 정도 됐다. 확실히 상체에 열이 오르는 느낌은 좀 덜하다. 예전에는 홧병인 건지 머릿속이 끓는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조금 차분해진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게 약 효과인지, 아니면 그냥 내가 그만큼 쉬어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다. 사실 일하면서 틈틈이 소화제나 챙겨 먹던 습관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 대신 한약을 데워 마시는 게 일상이 됐다. 부천에 있는 큰 정신병원을 다녀온 친구는 약 때문에 멍하다는 소리를 하던데, 여기는 그런 느낌은 없어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너무 무딘 게 아닌가 싶어 찜찜하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질문들

치료를 받으러 가면서도 가끔 이게 맞는 선택인가 싶다. 침을 맞을 때마다 선생님은 기혈 순환이 어쩌고 하시는데, 내가 느끼는 이 답답함이 정말 그런 순환의 문제인 걸까. 치료를 다 받고 나오는 길에 마주치는 양재천 풍경을 보면서, 나라는 사람을 시스템의 부속품처럼 보지 않고 하나의 생명체로 본다는 말이 조금은 위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 혼자 앉아 있으면 다시 머리가 찌릿하다. 낫는 건지, 그냥 익숙해지는 건지 잘 모르겠다. 다음 주 예약도 잡아두긴 했는데, 막상 가려니 귀찮은 마음이 앞선다. 한의학 기반의 치료가 장기전이라더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사실은 그냥, 당장 내일 아침에 눈 떴을 때 이 어지러움이 싹 사라져 있기를 바랄 뿐이다.

댓글 2
  • 향 냄새가 나는 거 보니, 몸에 쌓인 열을 푸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보이네.

  • 한의원 분위기가 정말 조용하더라구요. 예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뭔가 도움이 될까 조심스럽게 찾아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