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상담실 문턱을 넘게 되었나
사실 대단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알람 소리가 평소보다 훨씬 더 날카롭고 공격적으로 들렸다는 것 빼고는. 예전에는 그냥 ‘피곤하네’ 하고 넘겼을 일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오늘 하루를 또 어떻게 버티지’라는 거대한 숙제처럼 다가왔다. 친구들은 가끔 압구정정신과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보자고 하거나, 아는 사람이 수원청소년정신과에 다닌다는 식의 이야기를 무심결에 꺼내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아, 다들 그렇게 사는구나’ 하고 넘겼는데, 막상 내 이야기가 되니 그 문턱이 왜 그렇게 높게 느껴지던지.
검색창에 남은 낯선 단어들
한동안 밤마다 검색창에 이상한 단어들을 입력했다. ‘성인심리상담비용’이라든가 ‘심리극’, 혹은 나도 모르게 ‘대구공황장애’ 같은, 나와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키워드들까지 훑었다. 사실 대구에 갈 일도 없는데 말이다. 비용 문제도 고민이었다. 한 번 갈 때마다 10만 원에서 15만 원 사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이 돈이면 차라리 여행을 가겠다’ 싶다가도 ‘여행을 가도 즐겁지 않을 것 같으니 이게 더 나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집 근처의 작은 상담소를 예약했다. 예약 버튼을 누르기 직전까지 손끝이 떨렸던 건 왜였을까. 그냥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다 털어놓고 나면 다 괜찮아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
첫 상담의 어색했던 공기
상담실에 들어갔을 때의 그 특유의 정적을 잊을 수 없다. 선생님은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지만, 나는 내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우물거렸다. 산후한약이나 어린이ADHD 같은 구체적인 증상들과 달리, 내 문제는 ‘그냥 좀 우울하다’는 모호함 그 자체였으니까. 상담사분은 내가 내뱉는 두서없는 말들을 차분히 받아 적었다. 50분 정도 지났을까, 상담실을 나오는데 오히려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무언가 속 시원하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내가 생각보다 더 많이 엉켜있다는 사실만 확인한 기분이었다.
상담실 밖에서의 며칠
상담을 다녀온 뒤로 일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치매검사나 심각한 정신질환 이야기를 들으면 남의 일 같았는데, 이제는 그런 단어들이 텔레비전 뉴스에 나올 때마다 괜히 멈칫하게 된다. 선생님이 숙제로 ‘하루에 한 번 스스로에게 친절하기’ 같은 걸 내주셨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어떤 날은 잘했다가도, 어떤 날은 내가 왜 이런 걸 하고 있나 싶어서 헛웃음이 나온다. 상담 비용을 결제할 때마다 통장 잔액을 보며 잠시 한숨을 쉬는 것도 여전한 일상의 풍경이다.
여전히 남은 찜찜함과 질문들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정말 상담이 도움이 되는 걸까? 아니면 그냥 10만 원을 주고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산 걸까?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극적인 치유나 깨달음은 없었다. 다만, 내가 왜 이렇게까지 가라앉아 있었는지 조금씩 조각을 맞춰가는 중이다. 예전에 강아지를 잃고 우울증이 왔던 지인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저 안타깝기만 했는데, 이제는 그 감정이 조금은 어떤 건지 이해가 갈 것 같다. 여전히 나는 완벽하게 괜찮아지지 않았고, 상담이 언제쯤 끝날지도 모르겠다. 그냥 다음 주 예약 날짜를 달력에 표시해두고, 오늘 하루를 무사히 넘기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하루에 한 번 친절하기… 그게 진짜 어려운 것 같아요. 저도 가끔 스스로에게 ‘왜 이렇게 살고 있지?’ 하고 생각하면서 말없이 웃음만 짓게 되네요.
밤마다 검색하던 단어들 보니까, 스스로를 설명하려는 노력 자체가 너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수원 청소년 정신과 이야기를 들으니, 저도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 찾을 수 있는 정보가 될 것 같아요. 제가 혼자 끙끙 앓는 것보다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