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기력한 아침이 반복될 때 의심해야 할 만성피로증상
주말에 12시간 가까이 몰아서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도 눈꺼풀이 무겁고 온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게 느껴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볼 기력조차 없어 멍하니 서 있다가 겨우 사무실 책상에 앉으면 오전부터 머리가 안개 낀 듯 뿌옇게 흐려진다. 대다수 직장인은 이런 상태를 단순히 지난주 야근이 잦았거나 나이를 먹어 체력이 저하된 탓으로 돌리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하지만 아무리 휴식을 취해도 개운하지 않고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몸이 보내는 적신호인 만성피로증상 상태를 의심해봐야 한다.
이를 마음의 에너지를 담는 배터리에 미세한 균열이 생긴 상태로 비유할 수 있다. 충전기를 아무리 오래 꽂아두어도 균열 틈새로 에너지가 끊임없이 흘러 나가기 때문에 배터리 잔량은 늘 한 자릿수에 머무는 셈이다. 이처럼 휴식의 질이 아니라 에너지의 누수 구멍을 찾아내는 일이 먼저 행해져야 피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고함량 비타민이나 에너지 드링크 같은 임시방편에 의존하지만 이는 일시적으로 뇌를 속이는 흥분제에 불과해 장기적으로는 부신을 더 고갈시킨다.
몸의 문제일까 마음의 신호일까 원인을 구분하는 방법
체력적인 방전과 심리적 번아웃은 겉보기에는 비슷하지만 해결 방식이 완전히 다르므로 명확한 구분이 필요한 법이다. 피로를 느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과적 검사를 통해 신체적 질환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예컨대 갑상선 자극 호르몬 수치가 정상 범주인 0.4에서 4.0 mIU/L를 벗어나 너무 높거나 낮으면 신진대사가 저하되어 극심한 피로와 체중 변화가 동반되기도 한다. 부신 피질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 리듬이 깨진 경우에도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단것이 끊임없이 당기는 신체적 징후가 관찰되곤 한다.
반면 검사 결과상 아무런 이상이 없음에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든 무기력감이 지속된다면 이는 마음의 과부하에서 비롯된 결과물일 가능성이 높다. 뇌의 자율신경계 조절 기능이 스트레스로 인해 오작동하면서 신체를 늘 긴장 상태로 유지하느라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중일 가능성이 큰 편이다. 즉 신체적 피로는 근육과 장기의 에너지 고갈이 주원인이지만 심리적 피로는 끝없는 자기 검열과 감정 노동으로 인해 자율신경계가 과각성된 상태가 유지되는 탓으로 해석된다. 후자의 경우 침대에 누워 쉬는 것보다 복잡한 생각의 고리를 끊어내고 안전함을 느끼는 심리적 공간을 확보하는 처방이 더 나은 처방이 된다.
심리상담 현장에서 마주하는 만성피로증상 치유의 3단계
임상 현장에서 내담자들의 에너지를 회복시키기 위해 만성피로증상 완화 대책으로 적용하는 구체적인 행동 치료 절차는 세 가지 단계로 나뉜다. 첫 단계는 감정의 에너지 도둑을 식별하고 물리적 차단벽을 세우는 단계이다. 하루 동안 자신이 누구를 만났을 때 혹은 어떤 업무를 할 때 가슴이 답답하고 기운이 빠지는지 기록하는 에너지 가계부를 작성하게 한다. 부당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억지로 떠맡은 일이나 끊임없이 타인의 눈치를 보며 소모한 감정의 총량을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이다.
두 번째 단계는 스스로를 갉아먹는 완벽주의적 인지 오류를 교정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내가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낙오자가 될 것이라는 비합리적 신념을 찾아내어 이를 완화하는 작업이다. 예를 들어 오늘 일을 100퍼센트 끝내지 못해도 내일의 내가 해결할 수 있다는 유연한 사고방식을 연습하며 뇌의 긴장도를 낮춘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감각의 주의 전환을 통한 일상적 각성 수준 조절이다. 긴장된 상태의 뇌를 이완시키기 위해 하루 10분씩 복식 호흡을 하거나 발바닥이 땅에 닿는 감각에 집중하며 걷는 그라운딩 기법을 훈련한다.
국가지원을 통해 심리적 회복을 돕는 전문 바우처 신청 절차
마음의 문제로 몸이 아픈 이들을 위해 정부에서 제공하는 전문 복지 사업을 활용하면 경제적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시행하는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은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전문적인 심리 서비스를 바우처 형태로 제공하는 유용한 제도이다. 1순위 지원 대상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이 필요하다는 소견서를 발급받았거나 국가 검진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은 사람 등이다. 본인이 대상자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주민등록상 거주지의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신청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신청 시 필요한 서류는 본인 신분증과 함께 의사의 소견서 또는 임상심리사 소견서이며 발급일로부터 3개월 이내의 서류여야 효력이 있다. 대상자로 선정되면 총 8회기의 전문 심리상담을 무료 혹은 본인 부담금 일부만 지불하고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 카드가 발급된다. 소득 수준에 따라 본인 부담 비율이 면제부터 최대 30퍼센트까지 차등 적용되므로 신청 전에 자신의 건강보험료 납부액 기준을 미리 파악해두면 예산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준다.
전문적인 상담 개입이 지닌 실질적 한계와 현명한 대안
모든 심리적 접근법이 그렇듯 상담을 통한 접근 역시 마법 같은 해결책은 아니며 명확한 한계를 지닌다. 오랫동안 축적된 잘못된 수면 습관이나 철분 부족 같은 물리적 영양 결핍은 단순히 대화를 나누고 생각을 고쳐먹는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또한 상담은 단기적인 흥분제나 진통제처럼 즉각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므로 최소 12주에서 16주 정도 매주 시간을 내어 자기를 대면하는 지난한 노력을 요구하는 편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이러한 시간과 감정의 투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이들에게는 오히려 상담이 또 다른 과제로 다가와 스트레스를 가중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몸의 병을 다 고쳤음에도 여전히 아침에 눈뜨기가 두렵다면 다음 단계로 정신건강복지센터를 검색해 기초 선별 검사를 받아보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다만 심각한 수면무호흡증이나 신체 질환으로 인한 신체적 소모가 주원인인 만성피로증상 겪는 상황이라면 심리 치료보다는 이비인후과나 내과 치료를 우선하는 편이 더 올바른 대안이 될 것이다.
에너지 가계부라는 아이디어, 정말 공감되네요. 매일 기록하다 보면 어떤 상황에서 에너지가 빠르게 빠져나가는지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에너지 가계부라는 아이디어, 정말 신선하네요. 제가 일하면서 겪는 감정 소모를 기록하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하루 10분 복식 호흡을 하는 게 정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저도 스트레스 받을 때 꼭 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