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담실 문을 열기까지 망설였던 시간들
사실 상담을 받으러 가기로 마음먹기까지가 제일 힘들었다. 평소에 불면증이 좀 심해서 밤마다 유튜브로 멍하니 뭘 보거나, 괜히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게 일상이었다. 처음에는 이게 단순히 스트레스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회사 일도 그렇고, 사람들 만나는 것도 점점 피곤해지니까 당연히 잠도 안 오는 거겠지 싶었던 거다. 그런데 이게 몇 달이 넘어가니까 몸이 진짜로 축나는 느낌이 들었다. 주변에서는 정신과에 가서 약을 처방받으라는 말도 했지만, 왠지 모르게 약부터 먹는 건 좀 무섭게 느껴졌다. 그러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산본 쪽에도 심리상담센터가 꽤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처음 센터 예약을 잡을 때 전화기를 든 손이 왜 그렇게 떨렸는지 모르겠다. 내가 무슨 중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상담센터 문을 두드리는 게 왠지 스스로에게 패배를 인정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묘했다.
50분이라는 시간의 무게감
첫 상담 날, 상담소에 들어갔을 때의 그 적막함이 아직도 생생하다. 임상심리전문가라고 하셨는데, 그냥 포근한 인상의 선생님이셨다. 보통 상담은 50분 단위로 진행된다고 하더라. 비용은 대략 회기당 8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였던 것 같다. 처음에는 이 50분이 너무 길게만 느껴졌다. 내 고민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첫 10분은 그냥 헛소리만 했던 것 같다. 상담 선생님은 조용히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끔 고개를 끄덕여주셨는데, 그게 뭐라고 위안이 됐는지 모르겠다. 사실 누구한테 내 속마음을 털어놓는 게 정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 누군가 내 말을 끊지 않고 들어준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반은 성공한 기분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을 탔는데, 평소 같았으면 스마트폰을 보며 불안해했을 텐데 그냥 멍하니 창밖을 봤다.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조금은 비워진 것 같기도 하고, 반대로 또 복잡해진 것 같기도 한 묘한 느낌이었다.
불면증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
상담을 하면서 가장 많이 다룬 주제는 역시나 불면증이었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낮에 했던 실수들이나 내일 해야 할 일들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상담 선생님은 이걸 ‘생각의 과잉’이라고 하시더라. 특별한 불면증 치료법을 주시는 건 아니었다. 대신, 왜 밤만 되면 그렇게 내가 스스로를 다그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셨다. 나는 방송연예과를 나와서인지 몰라도 남들 눈에 비치는 내 모습에 너무 예민했던 것 같다. 사실 상담 전에는 이게 내 성격인 줄 알았다. 그런데 상담을 몇 회기 거듭하면서 그게 아니라 그냥 내가 나를 너무 몰아붙이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이걸 머리로는 알겠는데, 막상 밤이 되어 침대에 누우면 다시 예전 습관이 튀어나온다. 상담을 받으면 드라마틱하게 바로 잠이 잘 올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더라. 여전히 뒤척이는 날이 많다.
상담은 마법이 아니라는 사실
어디서 보니까 요즘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을 위한 심리 회복 프로그램도 있고, 학생들을 위한 정서 지원 같은 것도 많다고 하더라. 그런 소식들을 접하면 나도 뭔가 대단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근데 막상 상담을 해보니까 이게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니었다. 평생교육사 실습을 나갔을 때 만났던 선생님들이 ‘상담은 그냥 나를 더 깊게 들여다보는 과정’이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딱 맞다. 가끔은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50분 동안 내 넋두리만 늘어놓고 온 것 같아서 자괴감이 드는 날도 있다. 하지만 상담실에서 문을 열고 나올 때, 그 미묘하게 가벼워진 어깨 느낌 때문에 또 다음 회기를 예약하게 되는 것 같다. 사실 상담 선생님도 모든 걸 해결해주지 못한다. 가끔은 상담을 받고 와서 더 잠이 안 오는 날도 있다. 그럴 때는 그냥 내가 왜 이렇게 안 자려고 애쓰는지 관찰해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앞으로의 막연한 방향성
상담을 얼마나 더 받아야 할지 사실 잘 모르겠다. 이제 한 6회차 정도 지나가고 있는데, 아직도 내가 변하고 있는지 확신은 없다. 불면증이 싹 나은 것도 아니고,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사라진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내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게 되니까 더 괴로운 날도 생겼다. 그래도 전에는 그냥 막연하게 ‘불안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어디가 어떻게 불안한지’ 정도는 설명할 수 있게 됐다. 그게 발전이라면 발전이겠지. 다음 주 상담 때는 요즘 밤마다 나를 괴롭히는 생각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적어가 볼 생각이다. 물론, 상담 예약 시간 전에 도착해서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시간을 때우는 게 제일 편안한 시간이긴 하다.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건 여전히 어렵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일단 다음 주도 예약해뒀다. 또 가서 50분 동안 횡설수설하다 오겠지만, 그게 지금의 내 최선인 것 같다.
처음 상담받을 때 떨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저도 밤에 유튜브만 보다가 습관이 너무 심해서, 상담이 오히려 그걸 바로잡는 과정 같네요.
50분이라는 시간이 길게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저도 처음 상담받을 때 그랬던 것 같아요.
50분 동안 넋두리만 늘어놓고 나갔을 때 그런 기분, 정말 공감돼요. 제가 요즘은 스스로 뇌파 검사라도 해봐야 할까 생각할 때가 있거든요.